넷플릭스 서부전선 이상없다 리뷰, 후기(★★★★☆)
요약
1. 전쟁의 참혹함을 보이기 위해 적나라하게 부상/시체 등을 표현하여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거북할 수 있음
2. 러닝타임 2시간 30분. 누군가에겐 다소 길 수 있음
(영화 내내 완급조절이 잘 되어있다. 정신없는 전방에서의 전투는 아주 잘 만들었고 전투 사이사이에 다소 지루할 수 있는 후방에서의 휴식이나, 병사 개개인의 인간적인 스토리 등이 제법 비중이 있게 심어져 있기 때문임. 영화를 계속 볼 수 있게 하는 좋은 장치라고 보이나, 긴 러닝타임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이 파트를 막 넘기면서 볼 듯 하다. 사실 넘겨도 스토리 이해에는 지장 없음)
3. 원어인 독일어로 설정해서 보는 것이 제맛.
4. 누가 누구고,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으니 영화의 메세지를 정확히 읽고싶다면, 집중을 잃지말고 보는 것을 추천
5. 뇌 비우고 액션에 집중해서 보는 전쟁영화는 아님.. 메세지가 울림이 있음
(근데 그래도 되긴함. 왜냐면 전투씬을 아주 잘만들었으며 반전 메세지가 아닌 액션만 보고싶으면 전방에 있을 때만 보고 후방으로 교대했을 때는 넘겨도 된다)
스토리(요약)
영화는 다짜고짜 전쟁터부터 시작한다. 이 놈이 주인공인가 싶은데 아니다. 금새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얘가 혹시 주인공이라서 또 나오거나 얘에 대한 과거 이야기가 나오나? 싶으면 아니다.
이 초반에 죽는 군인의 역할은 '1차대전 말기 자원부족으로 한계에 다다른 독일군'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중에 나오는 주인공이 바로 이 군인이 입던 군복을 그대로 물려받기 때문.
(상식적으로 총맞아서 피투성이에 너덜거리는 군복을 재활용하는게.. 많이 궁지에 몰렸다는 뜻이다)
(물론 영화 중후반에 순무만 내내 먹는다는 독일군의 대사와, 전투 도중 풍족한 프랑스군의 음식을 훔쳐먹는 장면 등에서독일군이 정말 가난하다는 것이 보이긴 한다)
아무튼 주인공은 친구 4명과 함께 전쟁의 광기에 휩쓸려 참전하게 된다.
(전쟁에 젊은이들을 참전시키기 위한 선생의 연설/선동도 참 의미가 있는 장면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혈기만 넘치는 애들은 전쟁터에 가서 고깃덩어리가 되고, 그 이점은 다 늙어가는 중장년층/노인층이 가져간다는 것)
어찌되었든 참전한 주인공. 친구들과 같은 중대에 배속받아 전쟁에 참여하는데, 그냥 전투를 거쳐가면서
친구와 동료를 꾸준히 잃어간다. 자세한 내용은 뭐.. 포격맞아 죽고 탱크에 죽고 뭐에 죽고.. 이런식이지만
이런 상실은 본편을 보면서 확인하는 것을 추천
(전개를 보다보면 자꾸 '참호/전쟁터' 였다가 '그냥 마을에서 편하게 있다가' 이런 식이라서 스토리 전개에 혼란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텐데, 1차세계대전은 최전방과 후방의 경계가 명확해서 최전방에서만 전쟁이 이루어졌다. 결국 교대로 최전방에 가서 싸우다가 쉴때는 후방 마을로 와서 쉬는 것이다. 시간선이 바뀌거나 그런 것이 아님)
밑에는 결론 및 스포
결국 우여곡절 엉망진창 아수라장(2시간넘는 러닝타임동안)을 다 겪고 독일은 종전(항복)을 선언하는데,
그게 바로 합의한 날 다음날 11시부터 유효하다는 것이다.
개꼰대 독일군 지휘관은 11시까지 최대한 영토를 넓히기 위해 종전이 합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총공격을 내린다
(어차피 서류상으로 11시부터 종전이니까 그 전에 전쟁이 가능하네? 조금이라도 더 적군을 밀어내자)
어라 이거 고지전에서 봤던 스토리인데... 여기나 저기나 장교들의 머가리에는 의미없는 죽음에 대한 찬양뿐인가보다.

그리고 결국 영토는 못 넓히고 주인공 및 주변인물 모두 개죽음을 당하고 마무리된다.
후기
이건 소설판 '서부전선 이상없다'와 유사한 엔딩인데, 본 편에서도 그냥 갑자기 주인공은 죽고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라는 전보만 오고 종료된다.
결국 병사 개인은 전쟁의 광기에 휩쓸려서 울고 웃다가 사람을 죽이고 살아남고 영화 한편보다 격렬한 삶을 살다가
총을 맞고 전사하지만, 지휘부에는 단 한 문장으로 보고된다. 아니 혹은 한 문장도 아니다.
'아군이 공격을 진행하였으나 적의 전선이 무너지지 않아 서부전선 변화 없음' 인 것이다.
이 공격에서 몇천명 몇만명이 죽든, 결국 '서부전선 이상 없음' 이라는 보고 한 줄로 끝나버리는 것.
개죽음이 따로없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파울(주인공)의 병사로서의 인생에 집중한다.
정말 하나의 드라마처럼 치열하게 살아간다. 시체도 많이보고 사람도 죽여보고 친구도 죽고.. 밥 훔쳐먹고.. 굶고...
그러나 지휘부의 어처구니 없는 명령으로 개죽음을 당하고 만다. 그리고 그 죽음은 아무도 추모하지않고
영화제목과 같은 '서부전선 이상 없음' 이라는 보고서 한 문장으로 요약되고 끝난다.
바로 이것이 전쟁의 참혹함의 본질이 아닐까 싶고 이것을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