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지쳐서 쓰는 리뷰

신혼여행지 선택할 때 고려할 점!

Frog in Sadness 2023. 6. 15. 14:01

살면서 1번(누군가는 더 가겠지만) 가는 신혼여행. 그러다보니 다들 큰 돈주고 긴 여행일정을 잡는다.

최소 5박6일은 간다고 가정할 때, 이럴때 어디를 가는게 좋을까?  
우선 가고자 하는 곳은, 러프하게 아래의 알고리즘에 따라 정하면 된다.

예산이 500이 넘는 곳은 대체로 멀기때문에 항공료가 비싸고, 비행시간이 매우 길다.

물론 이 알고리즘은 굉장히 러프하고, 대표적인 신혼여행지만 써놓은 것이다. 
(신혼여행비용은 자기가 얼마나 투자하느냐의 가치관의 차이일 뿐이다. 여행 한번에 500넘게 태우기 보다 차라리 신혼집 냉장고를 더 좋은 것을 살 수 있고.. 아니면 양가 부모님께 감사의 선물을 살 수도 있고.. 아니면 차라리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사람도 있겠다)
이제 세부 디테일은 아래 내용을 읽어보시는 것이 어떨까 한다.

추가적인 참조내용.

1. 둘다 체력이 비슷한가?

여행가서 싸워서, 각자 행동하기로 하는 커플도 많다.

여행을 좋아하는 모두가 알겠지만 여행지가면 싸울일이 참으로 많다. 그러나 원인은 대부분 하나이다.

바로 체력(의지)의 차이

나는 저게 보고싶은데 얘는 쉬고 싶고, 나는 늦잠자고 싶은데 얘는 더 자고 싶고.... 사실 여행지가서 누가 무엇을 먹고싶은지 무엇을 보고싶은지는 신혼여행이라는 특성상 서로 맞춰주기가 쉽다. 그러나 체력이 달리는 문제는 정말 크다. 나는 어제 너무많이 걸어서 잠도 더 자고싶고 미치겠는데 옆에서는 빨리 나가자고 7시부터 일어나서 난리법석, 재촉한다.. 나는 잘 참을 수 있을까?  사람이 체력이 없으면 참을성도 바닥을 보이기 마련이다.  체력을 고려해서 많이 걷고 이동하는 곳으로 갈지, 휴양지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낼지 정해야한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체력이 더 약한 쪽'의 의견을 따라 주는 것이 좋다. 어차피 가서 싸움이 일어나는 이유는 체력이 약한 쪽에서 발생하기 마련이고, 그쪽에서 아무리 참고자 노력하여도 인간인 이상 한번은 갈등을 야기할 것이므로..

 

2. 다른 한명이 '죽어도 해야겠어' 라는 것을 받아줄 것인가?

예전 메시가 바르샤였던 시절.. 신혼여행 스페인으로 가서 무조건 축구경기본다는 남자가 많았다.

나는 축구 룰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그런데 갑자기 신혼여행지 중 런던이 있다고 남편이 죽어도 손흥민 경기를 보겠다고 때를 쓴다.
가격을 보니 싸지도않다. 2명이서 80만원이나 한단다.  심지어 우리 숙소에서 멀어서 축구보고오면 하루일정이 다 소모된다


이 새끼가 미쳤나?

 

인생에 한번 뿐인 신혼여행이라지만.  상대의 취향을 위해 어떻게든 맞춰줄 수 있다면 그 여행지를 선택하는 게 맞다. 그러나 죽어도 이해가 안되겠고 평생 서운할 거 같고, 싸움각이 선다면(의외로 신혼여행에서의 서운함은 오래간다) 아예 그 동선을 빼보는 것도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테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팬인 남편이 흥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여행일정에서 영국방문 or 맨체스터 방문을 아예 빼버린다거나.  차라리 유럽을 안가고 휴양지로 바꾸거나..)


3. 비행시간은 두려워하지 말자.

사실 이 파트가 가장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노비라면 대부분 정해진 시간 내에서 짧다면 짧은 신혼여행을 가게 된다 (짧으면 5일, 길면 10일) 이 시간을 최대한 뽕뽑기 위해 한국에서의 거리가 가까운 곳으로 한정지어 신혼여행지를 고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시간 배분은 그렇게 하면 지나친 단편화라고 할 수 있다.

여행 시간은 <여행지까지 가는 시간 + 휴양하며 보내는 시간 + 관광/놀이를 즐기는 시간 + 여행지 내에서 이동하는 시간> 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여행지 내에서 이동하는 시간 또한 즐겁게 보낼 수 있는가?' 이다.

몰디브 얘기를 해보자면, 몰디브 국제공항(말레공항)까지 평균 14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몰디브 리조트까지 수상비행기를 타고 가기 위한 수속 등 2~4시간이 더해진다.
사실상 리조트에 짐 풀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16~18시간은 걸리는 셈. 왕복으로 치면 2일을 비행기에서 보내야 한다.

 

와 ㄹㅇ 헬이네 비행기에서만 이틀을 보내는데 시간이 너무 아깝네. 차라리 관광지에서 노는 게 낫지

그러나 막상 까보면 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몰디브는 리조트를 들어간 순간부터 모든 관광과 액티비티(바다스포츠 등)들이 걸어다닐만한 거리에서 모두 일어난다. 즉 여행지 내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사라진다. 그리고 밤비행기를 타면 자면서 이동하므로 시간을 꽤나 세이브할 수 있긴하다. (이동시간 전부를 수면시간으로 세이브할 순 없지만, 어느정도 세이브는 된다)

극단적인 반대 예시로, 일본을 들어볼까한다. 
일본은 가장 멀다고 칠만한 홋카이도 기준 3시간이면 공항에 도착한다. 삿포로 시내까지 하면 토탈 5시간이면 숙소에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신혼여행 내내 삿포로 눈꽃축제만 볼 것이 아니므로, 주변 지역으로 이동을 하게 될 것이다. 삿포로/오타루/노보리베쓰/하코다테... 등등  주변을 다니기 시작한다.  가까운 거리는 편도 3~40분, 먼 거리는 3~4시간이 걸린다. 어느세인가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합산되면 이동시간은 몰디브 총 이동시간을 넘긴다. 

그러면 여기서 차이는.  기차를 타고, 열차를 타고, 버스를 타며 이동하는 시간을 긍정적으로(관광의 일종)받아들일 수 있으냐이다.

비행기는 타면서 자거나 영화를 보거나 시간을 열심히 죽이는 시간일 뿐이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이동하는 시간은 외부풍경을 보고 잡담을 나누고 간식을 사먹는 관광이 될 수 도있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게 시간을 죽여야하는 때이거나 잠을 자며 체력을 보충하는 시간일 뿐일 수 있다.

고로, 정해진 여행 시간을 고려할 때 비행기를 오래 타는 시간이 아깝거나 두려워서, 머나먼 여행지를 두려워한다면 재고를 해보는게 어떨까.

4.  인스타그램은 빼고 생각하자

여행지의 현실은 항상 이렇다.

인스타를 빼고 생각하라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인스타에 올라온 남들의 여행사진은 대부분 가짜다. 사람 엄청많고 실제로보면 별것도 아닌 경우도 많고 사진한번 잘 찍으려면 줄을 30분씩 서서 찍어야하는 곳도 있다.  신혼여행까지 와서 사진한방 찍으려고 줄을 30분이나 서야하나.. 피곤하기도 하다.

2. 인스타는 현실이 아니다. 인스타에서 본 사진은 기나긴 신혼여행 기간 중 1시간에 불과한 찰나이다.

에펠탑에서 인스타사진을 찍는 그 순간은 행복한 1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 나머지 23시간은,
오줌냄새나는 지하철을 타고, 쥐가 나오는 숙소에서 잠을 설치고, 거리에선 소매치기에게 지갑을 털릴까 조심하다가, 식당에서 인종차별을 당하고 화를 삭히며 식사하는 고통일 수도 있다.

반대로

몰디브에서 인스타사진을 찍는 그 순간은 행복한 1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 나머지 23시간은,
바다 말고 아무 것도 없는데, 수영도 못하고.  그냥 조그만 섬에 갇혀서 바다나 쳐다보면서 멍하게
무한리필 맥주나 마시면서 지루함을 견디는 시간과 정신의 방일 수 있다.

 

정말 부부가 함께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무엇이 보고싶었는지.  인스타를 빼고 생각하면 더욱 알찬 신혼여행이 될 것이다.  사실 인스타 사진이야 어느 관광지를 다녀오더라도 잘나온거 10장만 올리면 끝나는 문제이다. 그래도 충분히 남들은 부러워하고 축하해주고 하트를 눌러댈 것이다.